1) 개요 — “도시는 잠겼지만, 마음은 더 깊게 가라앉는다”
부산국제영화제, 그러니까 BIFF 첫 주 어느 저녁이었어.
상영관에 들어가면서 솔직히 나는 스케일 큰 재난물 한 편 보겠구나 싶었지.
그런데 **〈대홍수〉**는 시작 10분 만에 내 예상을 살짝 비틀어버렸어.
물이 도시를 삼키는 광경은 분명 크고 위압적인데,
정작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 건 그 사이사이 사람의 호흡이더라. 특히 물이 차오르면서 생기는 아주 짧은 정적,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는 감각, 손전등 빛이 출렁이는 리듬 같은 게 계속 마음을 붙잡아.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재난 블록버스터라기보다, 껍데기는 재난이지만 속살은 **‘생존 드라마’**라고 설명하고 싶어.
BIFF 현장 분위기도 그랬어. 상영 끝나고 계단 내려오는데, “생각보다 조용하게 강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거든.
대홍수라는 큰 사건이 주인공이 아니라, 물이라는 압력이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벌리고 흔들어대는 과정을 보여줘.
이게 재난의 규모보다 관계의 온도를 더 또렷하게 남겨서, 극장 밖으로 나오고 나서도 장면 몇 개가 오래 맴돌더라.
그게 바로 이 영화가 가진 생존 드라마의 핵심 감각이야.
2) 핵심 포인트 — 미술·음향·수중 촬영이 만든 ‘압력의 영화’
(1) 톤/리듬: 거대한 전경 → 좁은 공간으로 파고드는 카메라
초반에는 확실하게 “세계가 잠겼다”를 보여줘. 그런데 곧바로 카메라는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
미닫이문 틈, 물결이 부딪히는 천장, 어둑한 계단참. 생존 드라마가 살아나는 건 이 지점이더라.
큰 소리 대신 정적을 길게 쓰고, 설명 대신 시선을 오래 잡아.
그러니까 관객이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몸으로 먼저 긴장을 느끼게 만드는 구성이지.
(2) 미술/수중 촬영: “젖었다”가 아니라 “무겁다”
물은 화면을 적시는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을 압박하는 물리적 저항이야. 벽지에 스민 물길, 질척거리는 바닥,
손전등광의 푸른 테두리… 이런 디테일들이 쌓이면서 “지금 여긴 공기가 아니라 물의 나라다”를 납득하게 해.
대홍수라는 단어가 단순한 사건명이 아니라 환경으로 체감되는 순간이지.
그래서 스케일을 과시하는 샷보다, 손과 어깨와 숨이 버텨내는 샷들이 더 세게 와 닿아.
(3) 음향: 저역과 정적이 번갈아 당겨오는 압박감
이 작품은 폭발음으로 놀래키는 방식이 아니야. 저역이 천천히 올라오고, 갑자기 정적이 찾아오고,
그 사이 작은 소리—젖은 천이 스치는 소리나 얕은 숨 같은 것—가 크게 들려.
사운드 좋은 관에서 보면 “물의 무게가 귀로도 느껴지는” 경험을 해.
BIFF에서 들은 반응 중 “어깨가 굳었다”는 말이 딱 이 포인트를 짚어.
(4) 연기: 김다미·박해수의 ‘버티는 얼굴’
두 배우의 호흡은 감정 폭발보다 감정 직전의 떨림을 오래 붙잡아.
김다미는 흔들리다가도 ‘이제 버틴다’로 잠깐 고개 드는 순간이 정확하고, 박해수는 말을 줄이는 대신 시선의 각도로 균열을 보여줘.
생존 드라마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이런 디테일이 살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살아 있어.
(5) 이야기의 결: 선택의 정서
재난물답게 선택의 순간들이 오지만, 이 영화는 선택을 액션으로 크게 터뜨리기보다 정서의 파문으로 남겨.
그래서 관객은 “맞다/틀리다”보다 “저 상황에서 나는 버틸 수 있었을까”로 생각이 자연히 넘어가.
그게 대홍수를 본 뒤 오래 남는 질문이야.
3) 경험담 — GV 뒤에야 더 크게 들린 문장 하나
나는 BIFF에서 **〈대홍수〉**를 저녁 회차로 봤어.
하루종일 부스 돌아다니고 발도 아프고 정신도 살짝 나간 상태였는데, 앉자마자 스르륵 몰입되더라.
중반부쯤 아주 짧은 정적이 있어.
그때 옆자리에서 들리는 건 숨 고르는 기척뿐. 누군가는 컵홀더를 한 번 만지고, 누군가는 살짝 몸을 바로 세워.
그런데 그 몇 초가 너무 길게 느껴지는 거야. 화면 속 인물들이 말을 아끼니까, 관객인 나도 같이 말을 아끼게 되는 느낌?
그게 생존 드라마의 설득력이야. ‘말 안 하고 버티는 시간’이 공유될 때, 관계의 결이 바뀌거든.
GV에서 관객들이 던진 질문도 흥미로웠어.
“어떻게 저 감각을 화면으로 옮겼냐”는 식의 질문이 많았고, 스태프들이 수중 촬영과 세트, 음향 계획을 짧게 언급했지
(자세한 수치나 비하인드는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고, 나도 들은 범위 밖은 모른다고 할게).
다만 팀이 “과시”보다 “체감”을 선택했다는 건 분명 느껴졌어.
그래서인지 극장 밖에 나왔는데, 사람들 목소리가 유난히 낮고 길게 이어지더라. 그건 좋은 신호야.
쉬운 감탄사보다 오래가는 대화가 생기는 영화라는 뜻이니까.
4) 관람 팁/체크리스트 — 사운드, 좌석, 타이밍, 그리고 체력
① 사운드 좋은 관 고르기
- 저역이 단단해야 해. 저음이 부풀거나 윙윙 울리면 ‘수압’이 아니라 ‘소음’처럼 들려.
가능하면 상영관 특성을 미리 찾아보고, 정평 난 관을 노려봐. BIFF처럼 큰 페스티벌은 상영관 편차가 꽤 커. - 사운드바·오디오 튜닝이 안정적인 극장이면 대홍수의 설계가 훨씬 또렷하게 들려. 이 영화는 소리로도 물을 깔아.
② 좌석은 F~I열 중앙 권장
- 수면 가까운 하단 디테일(손, 장비, 물결)이 자주 중요하게 쓰여.
너무 앞줄은 시선이 분주해지고, 너무 뒤는 소리의 미세한 결을 놓칠 수 있어. - 사이드 좌석은 특정 장면에서 프레이밍의 ‘압력감’을 덜 받는 느낌이 들 수 있어. 중앙 라인이 안전하다.
③ 상영 전 루틴
- 물은 조금만. 한 번 페이스에 들어가면 20~30분은 끊고 싶지 않을 거야.
- 겉옷은 얇게. 체온이 떨어지면 긴장과 몰입의 리듬이 깨져.
- 핸드폰은 완전 오프로(진동도 X). 정적의 순간에 ‘부스럭’ 한 번이면 리듬이 끊긴다.
④ 트리거 주의
- 폐쇄·수중 공포가 있으면 동행 추천. 빠른 핸드헬드가 몇 컷 있고, 물의 밀도가 화면을 채우는 장면이 반복돼.
- 필요하면 살짝 고개를 떨궈 호흡을 낮춰봐. 평정심이 금방 돌아와.
⑤ 엔드 크레딧 보는 재미
- 수중·특수효과 팀 크레딧이 길어. 대홍수의 체감이 ‘사람의 노동’으로 어떻게 탄생했는지 조용히 상상해 보자. 묘하게 여운이 길어진다.
⑥ 개봉/플랫폼 공개 시점
현재 내게 확정된 공식 일자 정보는 없다. 이런 건 배급·플랫폼 발표가 가장 정확해서, 공식 채널 알림을 켜두는 게 답이야. 나중에 발표가 뜨면 본문에 표로 업데이트하는 게 안전하고, 소문이나 추정치는 여기선 다루지 않을게.
5) ‘생존 드라마’로 읽는 감상 포인트 — 말보다 먼저 오는 것들
- 손: 인물이 손으로 무엇을 움켜쥐고 놓는지 보자. 말이 없어도, 손이 먼저 진실을 이야기한다.
- 호흡: 숨이 짧아지는 순간, 화면 밖의 우리의 호흡도 따라 짧아진다. 그 리듬이 장면의 감정선을 끌고 간다.
- 빛: 손전등의 흔들림, 빛의 색온도 변화(푸른-노란). 대홍수의 공간 감각은 빛의 떨림으로도 설명돼.
- 정적: 소리가 사라질 때, 감독은 관객석의 숨소리를 하나의 음향으로 사용한다.
그때 BIFF 극장 전체가 ‘같이 버티는’ 경험을 하게 돼. - 거리: 인물 간 거리가 10cm 좁아지는 순간이 있다. 그 작은 거리 변화에서 생존 드라마의 결론이 시작된다.
6) 마무리 — “크다”보다 “깊다”가 먼저 오는 영화
**〈대홍수〉**는 ‘엄청난 규모’로 ‘즉각적인 쾌감’을 주는 타입의 작품이 아니야.
대신 시간을 두고 스며드는 깊이를 남겨.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BIFF 월드프리미어에서 크게 튀는 폭죽 대신, 오래가는 잔향으로 현장 반응을 꽉 잡았다고 느꼈어.
재난의 겉모습을 보러 갔다가, 결국 생존 드라마의 얼굴을 오래 기억하고 나오는 경험.
그걸 원하는 관객이라면, 반드시 사운드가 좋은 관에서—가능하면 가운데 좌석에서—한 번은 꼭 만나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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